[Diary] 2020년 회고하기

회고 전 반성

늦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 회고는 분명 작년 12월 31일 이전에 작성[1]되어야만 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인 여유로운 연말이었으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블로그 리뉴얼, 그리고 회고로 마무리하는 2020년! 계획만큼은 완벽했는데.

내 연말 루틴[2]을 박살 낸 코로나 핑계를 대고 싶지만 (응, 아니야~ 너 데스크톱 사서 메이플스토리만 했어…) 왠지 모르게 마음 한쪽이 콕콕 쑤시는 게, 하자면 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을 잘 알기 때문일 거야.

반성합니다. 2021년 연말은 절대, 네버, 이렇게 (이따위로) 보내지 않겠습니다.


2019년 회고 살펴보기

야망이 넘치는 모습을 2019년 회고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내년의 곡은 오마이걸의 게릴라(Guerilla)! 때를 기다리고 덮칠 거야!!! PO야망WER!!!

갑자기 그때의 내가 떠오른다. 어떤 사건 때문에 야망을 품을 수밖에 없었는데, 힘듦을 추진력으로 잘 써먹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칭찬할 일이야!


2020: 혼돈의 카오스

넘치는 야망으로 해결할 수 없는 크리티컬한 문제가 있었다. 이름하여 COVID-19. 2020년은 코로나를 빼곤 설명할 수 없다. 어색하던 마스크는 필수가 되었고, 마스크 없이 살던 삶은 까마득해졌다. 나란 사람 청개구리 심보 가득한 집순이. 강제 집콕은 행복했지만, 너무 괴로웠다. 재택근무 좋아요, 강제 집콕 싫어요.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 매시업

문을 두드릴 여유와 용기가 없어서 생각만 삼 년을 했다. 그런데 더는 실력 없이 고여가는 내 모습을 두고볼 수 없었다. 행동하지 않으면 끝일 것만 같은 불안함이 나를 움직였다. 결단과 행동이 늘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운이 따랐나 보다. 그렇게 매시업은 봄과 함께 찾아왔다.

말로만 하던 코틀린을 드디어?

맛만 봤다. 코틀린 인 액션 책을 보긴 했는데, 그리고 예제를 만들긴 했는데 세상이 바뀌어도 너무 바뀌었다. 안드로이드를 잠깐 놓은 동안, 단말 종속성이 있고 뷰가 없는 안드로이드 개발을 하는 동안 천지개벽이 일어났네? 겁이 났다. ‘시작은 했는데 잘할 수 있을까?’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건가 봐.

사실 코틀린만의 문제는 아냐

헤헤, 라떼는 분명 MVC만 썼던 것 같은데 뭐가 이렇게 많지요? (ㅋㅎㅋㅎㅋㅎ) MVP, MVVM, MVI요? Data Binding에, rxjava나 coroutine 그리고 koin과 hilt 모두 처음인데다가, room도 안 쓰고 있었으니 말 다했지. 사실 아직도 잘 모른다. 많은 것을 쥐고 싶었는데 이렇다할 결과는 아직이다.

난 습득과 적용이 빠른 사람은 아니다. 이번 고비를 넘기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처음보다 지금이 낫다면 성공한 거 아냐? 이 합리화는 남들보다 느린 나를 위로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iOS요? 제가요?

네, 제가요. 드디어 입문했네요.

거창한 목표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 맥북 유저로 늘 ‘맥북도 쓰는데 언젠가 iOS 개발 한번 해야지!’ 라고 생각하던 중 좋은 기회가 왔달까. 비대면으로 시작해서 대면으로 끝났던, 그래서 더 좋았던 스터디. 이 스터디를 처음부터 끝까지 열정적으로 이끌어준 친구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 친구의 칭찬과 작은 성취로 바닥을 기던 자신감을 조금은 회복했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iOS 스터디 내내 안드로이드를 처음 시작한 그때가 떠올랐다. 개발이 재미있어서 나를 새벽까지 몰아세우는 게 너무 오랜만이었기 때문이겠지.

아쉬움이 남는 첫 해커톤, TICH

해커톤이 끝나고 쓴 회고를 보면,

팀이 아닌 내가 문제였다는 결론에 이른다. 빈 부분이 어딘지 알았으니까 조금씩 채워가면 된다고 해 줘! (ㅠㅠ)

온라인으로요? 이것까지요?

온라인 모각작, 온라인 스터디, 랜선 회식 등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매시업과 함께하며 집 밖을 나가지 않으면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하던 (하더라도 아주 드문) 내가 바뀌었다. 진절머리나는 코로나가 준 유일한 이점은 비대면으로 이동 시간이 줄고, 온라인으로 무언가를 함께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는 거 아닐까. 비대면이 익숙해지는 요즈음, 상상 속 미래에 사는 기분이다.


재미있는데 재미없어 재미가 없는데 있어: Data

2월부터 시작된 데이터 분석은 정체성 혼란을 야기했다. 머리를 쥐어짜도 안 나오는 쿼리로 괴로움에 허우적댔고, gephi라는 비주얼라이징 툴도 사용해 봤다. 그래도 어찌저찌 나름 의미 있는 분석 결과과 나와서 천만다행이었다. 덕분에 다섯 번의 발표를 진행한 건 함정. 폭풍 칭찬 들은 건 안 함정!!!

그런데 왜 ADSP 시험은 떨어졌을까! 공부 안 하고 떨어진 거면 억울하지나 않지! 억지로 공부한다고 주말을 헌납했는데 공부 방법이 잘못됐었다. 단원 끝에 있는 문제가 아닌 맨 뒤에 포함된 기출문제를 풀었어야 했는데 그거 빼고 다 푼 거 실화냐. 어쨌거나 자격증 공부는 너무너무 싫다. 재미가 하나도 없어.

어찌저찌 AI 관련 사내 자격증을 땄고, 또 어찌저찌 텐서플로우 입문까진 했다. 잠깐 놓았더니 다 까먹은 건 비밀이긴 한데, 적어놓고 보니 1년 내내 데이터와 싸웠다는 사실은 명백하네. 해야 해서 한 일이지만 의미가 있는 일이라 좋았다. 의미 없는 해야만 하는 일보다 백 배 천 배는 나으니까!


문화생활? 0, 0, 0, 0

뮤지컬 0회, 연극 0회, 콘서트 0회, 페스티벌 0회에 빛나는 2020. 뮤지컬은 정말 가고 싶었는데 썸씽로튼 예매까지 다 하고 취소하길 몇 번, 결국 코로나가 마음에 걸려서 못 갔다. 온라인 콘서트는 고민만 하다가 drop. 콘서트는 역시 스탠딩이지. 직접 가서 부딪히는 맛으로 가는 건데 이게 뭐냐고. 하긴, 영화관도 거의 못 갔는데 다른 문화를 즐길 수 있었을리가 없다.


그래도 꾸준했던 취미

취미 없이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이다. 코로나가 득실대도 숨구멍을 포기할 순 없지! 밖에서 즐기는 문화생활 대신, 집에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지속했다. 그중 대표적인 취미는 독서!

Notion에 읽은 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읽을 때 와장창 읽는 건 기분 탓인 줄 알았는데 표로 확인하니 기분이 이상하네. 그래도 어떻게 일 년에 무려 35권의 책을 완독했다! 요새 내 문장력과 단어 수준이 떨어지는 걸 느껴서 의도적으로 소설을 많이 읽으려 한다.

여전히 노래도 열심히 부른다. 정말 많이 늘었다. 시간 투자 대비 아웃풋이 나쁘지 않아서 뿌듯하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르기엔 부족함이 많지만 취미로 부르는 거니까 괜찮아! Garageband를 이용해서 해본 녹음도 너무 재미있었다. (사흘 가지고 놀았다. ㅋㅋ)

2월부터 하려고 했던 운동은 6월이 되어서야 시작했다. 코로나 무서워서 미루기엔 영영 못할 것 같아서 눈 딱 감고 질렀다. 효과는 뛰어났다! 힘이 없던 손가락과 팔에 힘이 생겼고, 체력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체력이 느니 여유가 생겼고, 여유가 생기니 퇴근 이후의 삶이 풍요로워졌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 운동한 게 아까워서 좋아하는 술을 다 참는다. 그래도 술 좋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차박도 있었다. 난 차박에 늘 진심이었다고! 마침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태여서 행동했다. 밤에 보는 한강이 그렇게 좋은 줄 몰랐지. 기회가 되면 또 가려고 한다. 새벽에 비가 와서 우중 차박까지 경험해서 더 더 행복했다. 사실 차박보다 당일치기 여행을 더 자주 다녔다. 운전도 취미가 돼서 행복하다. 포천, 속초, 주문진, 인천, 청주 등 최대한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는 선에서 안전하게 즐기고 돌아왔다.


2020 어워즈

  • 올해의 명반
    • 스텔라장-STELLA I
  • 질리지 않는 띵곡
    • 정세운-온도차
    • 비투비-My Lady
  • 기억에 남는 영화
    • 삼진그룹 토익반
  • 기분 좋았던 책
    • 달러구트 꿈 백화점
  • Best of best 책
    • 여자의 독서
    • 역사의 쓸모
    • 사랑의 생애
    • 을의 철학

그리고

진급했다. 연초에는 큰 생각 없었는데 평가 기간이 다가올수록 쫄렸던 그 기분 잊지 못한다. 진급이라 쓰고 누락 피하기라고 읽지만 나 하나를 위해 희생하고 도와준 사람들이 너무 많았음을 알기에 여전히 미안하고 감사하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신입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이 나를 대리로 만들었다. 조금 더 책임감 있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회고를 마무리하며

매년 회고를 쓰면 작년 목표를 평가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내년에 무조건 개발 동호회든 동아리든 스터디든 어디라도 들어갈 것이다. 강제성을 부여해서 올해보다 더 이룬 게 많은 해로 만들 것임. 그렇게 얻은 거 기록으로 남기는 건 덤. 몇 년째 적성 못 찾고 헤매는데, 코틀린 이용한 안드로이드 개발 먼저 시작할 것이다. 언제까지 이대로 있을 순 없다. 꾸준한 보컬 레슨한 달에 한 권 이상 책 읽고 필사하기도 잊을 수 없지.

분명 2019보다 구체적인 목표라고 적혀 있었는데 어디가 구체적인 건지 잘 모르겠다. 개발 동아리 성공, 얻은 거 기록으로 남기기 실패, 코틀린 안드로이드 성공, 보컬 레슨 성공, 한 달에 한 권 이상 책 읽기 성공, 필사하기 실패. 총 4/6으로 이룬 거 50% 넘었다! 작년에 이루지 못했던 2019 목표도 일부 이뤄서[3] 신기하고 재미있다.

그럼 2021년 목표도 세워는 게 인지상정! 가장 먼저, 운동 놓지 않고 꾸준히 하기를 꼽고 싶다. 운동으로 얻은 이점이 많아. 잠깐 쉴 수는 있겠지만 그만두지 않았으면 한다. 노래, 책, 운동은 올해도 안고 가는 걸로. 약간의 욕심을 부리자면 오토 트레이딩 시스템을 만들어 보고 싶기는 한데… 블로그 리뉴얼을 먼저 끝내고 꾸준히 포스팅하는 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안드로이드 개발 실력은 지금보다 150% 올리고 싶습니다. (주관적인 수치 주의)

어쨌거나 (본론), 2021년은 사랑과 애정으로 따뜻함이 넘치는 한해가 되길 기도하며

비투비포유의 Show your love 을 새해 첫곡으로 선정했다.

어둠이 내려 앞이 보이지 않아 길을 잃었어
이 세상은 왜 아름답기보단 아프기만 한지?
많은 사람이 넘어지고 많은 눈물이 넘쳐흘러
우린 필요해요 서로에게 힘이 돼야 해, oh

모두가 필요해 L-O-V-E
나도 알아 요새 많이 힘들었지 (I know)
귀 빌려줄 테니, 말해봐 문제가 뭔지
I’ll be here for you whenever you need (woo)

이제 말해줘 어렵지 않아, babe
사랑이란 말 아끼지 말고

Everybody singing “Show Your Love” (ooh-ooh)
Show your love (ooh-ooh)
사랑보다 더 큰 힘은 없어, 그것뿐이면 돼
Say your love (ooh-ooh), say your love (ooh-ooh)
사랑이 더 더 퍼지게 다시 웃을 수 있게

Just like a star, I’ll be by your side
어둠을 밝혀 내가 너의 빛이 되어 줄게 (yeah, yeah)
두려워하지 마 (eh) 거짓말 같은 이 밤도
모든 게 꿈처럼 희미해질 거야
서로 꼭 안아줘, show your love, I love ya (ay, eh)

이제 말해줘 어렵지 않아, babe
사랑이란 말 아끼지 말고

Everybody singing, “Show Your Love” (ooh-ooh)
Show your love (ooh-ooh)
사랑보다 더 큰 힘은 없어, 그것뿐이면 돼
Say your love (ooh-ooh), say your love (ooh-ooh)
사랑이 더 더 퍼지게 다시 웃을 수 있게

Two is better than one 'cause we’ll be stronger together
우린 사랑이 필요해, yeah, we need each other
힘들다고 약한 건 절대 아니니까
모두가 필요해 가끔 someone to lean on
You never know, know that life goes on
다시금 온 세상에 필 웃음꽃 love
소리 높여 노래 불러, 더 크게 소리 질러
온 세상에 닿도록 show your love

Everybody singing Show Your Love (ooh-ooh)
Show your love (ooh-ooh)
사랑보다 더 큰 힘은 없어, 그것뿐이면 돼
Say your love (ooh-ooh), say your love (ooh-ooh)
사랑이 더 더 퍼지게 다시 웃을 수 있게

La-la-la-la-la-la-la-la-la-la-la
La-la-la-la-la-la-la, love
La-la-la-la-la-la-la-la-la-la-la
La-la-la-la-la, 다시 웃을 수 있게

사랑보다 더 큰 힘은 없대.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아가야지.

P.S. 회고 마무리까지 디스코드에서 함께 놀아준 black-jin, MW, MJ 고맙습니다!



  1. 작성 일자만 살짝 바꿔서 올린 건 함정. 지금은 2021년 2월이다. 무려 2월이다. 2월, 2월, 2월!!! ↩︎

  2. 카페에서 맥북과 함께 일년을 회고하며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 구경도 하고, 유튜브도 좀 보고 그런 거… ↩︎

  3. 운동 시작한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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